산수화 아카이브


Exhibition ◐

2024 ~ 2023 2022 2020-2021

Workshop

2024 ~ 2018-2023
산수화에서 시작한 공간이지만 차에 집중하며, 차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찾아갑니다. 산수화의 여러 어둡고 밝은 공간들을 낮과 밤, 낮밤으로 부르며, 두 단어를 함께 담아 ‘밪’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은 이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기호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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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밝히는 빛, 초롱호롱

새해를 밝히는 빛, 초롱호롱

조선시대 다양한 초롱과 촛대들

+ 오자크래프트

+ 이승정

+ 이윤정

+ 이혜진

+ 조인성

+ 한결

어두운 밤, 사람의 마음을 안도케 하는 작은 빛이 있다. 달빛조차 없는 밤, 한들한들 앞장서 길을 밝혀주는 청사초롱이 시작이었다. 여러 해 골동품 가게를 들락거리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어디에나 전기 조명이 있고 가로등이 길을 밝혀주는 지금은 사용할 곳이 마땅하지 않지만. 형태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초가 켜지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던 청사초롱.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모으게 되었다. 모아둔 한국 골동 청사초롱과 촛대들을 모으며 작가님 한 분 두 분 이야기 나누다 함께 참여하게 되고 아름다운 전시의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신년을 밝히는 의미로, 지난 한 해 힘들었던 일을 모두 뒤로하고 새해에 좋은 일들을 바라며 12월 30일에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다양한 청사초롱과 촛대들과 함께 작가님들의 다양한 해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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靜室。華香來

靜室。華香來

秋日茶會

鄭婉婉 zheng wanwan

작가는 전통 다도구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다도구를 만든다. 과거에 없던 현대 소재 중 하나인 아크릴을 특수가공하여 만드는 모던한 다도구를 선보이며 골동다도구, 전통 자사호 그리고 경덕진자기와 현대 작가들의 도자기와도 묘하게 어우러진다.

“The tea party during the exhibition is very important to me. Whenever I have time, I would like to hold a tea party during the exhibition. I hope that tea will let more people know about my work and give me a chance to meet my friends who support my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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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 Teaware Exhibition

Metal Teaware Exhibition

단 한번의 일

蘇健霖 Su Chien Lin

Su Chien Lin은 대만에서 금속으로 차도구를 만드는 공예 작가이자, 차를 우리고 차를 배우는 차인이며 26년여간 서예를 쓰고 수묵화를 그리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하는 첫 전시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차도구를 선보이며 금속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컬러와 세밀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위 사진의 차경은 거울로 사용하실 수 있고 호승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건식으로 사용할 때 위에 올려둔 차호와 잔이 바닥에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가만히 차를 내다 어느 순간 위를 보면 천장에 그려진 호수를 보시게 됩니다. 그 호수위로 차호와 차시가 만들어낸 달 그림자와 호숫가로 드리운 낚시대가 있어요.

작가는 어릴때부터 20여년 서예를 했습니다. 금속으로 만들어낸 차도구를 이루는 선들이 예사롭지 않아요. 직선인 듯 보이는 선들도 어느 선하나 그저 그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서예가가 될 것이라 생각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 서예가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차도구 작가이기도 하고 그 전에 차인입니다. 미세한 감각의 차이와 두드림의 차이에는 작가의 여러 배경이 함께 베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2년여에 걸쳐 순은으로 만든 차호입니다. 금속으로 무엇인가를 만들 때엔 ‘단 한번의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드는데, 흙과 나무와 다른 물성때문에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닮은 이 호 역시 뚜껑 부분의 톱날 한번 잘 못했다간 전체의 호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무게감, 손 안에서 일어나는 기물의 움직임, 찻잎이 들어가고 나오는 모양새, 물이 들어가고 물에서 일어나는 흐름들... 모든 것이 너무나 적절하고 아쉬움이 없습니다.

차호는 둥근 달항아리와 같고, 그 위로 잠자리가 모이고 흩어집니다. 잠자리는 중국어로 [蜻蜓qing ting] 입니다. 같은 발음으로 중국어에는 [请停qing ting]이 있습니다. 멈추어주세요. 머물러주세요 정도의 의미입니다. 잠자리는 깨끗한 곳에서 태어나고, 아주 짧은 생동안 계절을 알리는 몸짓과 그 생이 너무 아름답다고. 함께 하는 이 찻자리와 당신을 오래오래 마음속에 두겠다는 의미로 차도구에 잠자리를 넣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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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u Hatta Solo Exhibition

Toru Hatta Solo Exhibition

있는 그대로의 자신, 자연의 모습

+ Wad Osaka

Toru Hatta 작가는 오사카 근교에 기반을 둔 도예가입니다. 2003년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장작가마를 짓고 분청의 작업에 열중합니다. 오래 작업해오며 손에 익은 가마를 뒤로 하고 도예가로 작업을 한지 18년 만에 2022년 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의 두번째 장작가마를 완성했습니다. 불과 흙, 물.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도자기에 원하는 유약을 얻을 때까지 부수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여 작가만의 아름다운 색을 만들었습니다.

“흙의 심지까지 태워버리는 것이 목표다. 깊은 심까지 타버린 흙의 표면에는 다양한 성분이 떠올라, 사람의 힘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믿음직한] 표정이 된다. 사람의 작위에서 벗어나 어디까지나 자연에 가까운 그릇, 그런 그릇을 언젠가 꼭 만들어내고 싶다. 지금은 다만, 좋은 도자기를 구워내고 싶다고 매일 다짐한다”

지난 18년간, 작가는 가장 원초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가마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장작과 재, 불의 압력... 수율이 매우 좋지 않지만, 그 변화무쌍함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눈앞이 하얘지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이제야 소성이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겨우 안정된 가마를 버리고 작가는 새로이 가마를 지었습니다.

“10년 뒤를 내다보았을 때, 익숙함이 가장 무섭다”

작가는 자신만의 도자기 세계에 더욱 파고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설계부터 하나하나, 손으로 쌓아 올리는 새 가마를 지어 올리는 데에만 반 년이 더 걸렸습니다. 2022년 봄, 완성된 새 가마에 첫 불을 올리며 많은 친구들과 갤러리 사람들, 동료들이 함께 모여 화입식을 올렸습니다.

Toru Hatta 작가의 가마는 오사카 사카이 센보쿠 구릉에 지어졌습니다.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장인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과거 스에키가 번창한 땅으로, 작가는 구태여 이곳에 옛 가마를 쌓아 올렸습니다. 밀폐된 가마에서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환원염 소성으로 구워 만듭니다.

작가는 낙관이나 다른 표식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가 만든 도자기 그 자체에 하타다움을 남기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쓰는 도자기는 사람이 사는 방식 그 자체로 가능한 작위적인 힘을 빼고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 무엇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도자기는, 그릇은 사람이 사는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험을 하며 기술을 얻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만들수록 시야가 좁아져 결국 만들고자 했던 것에서부터 더 멀어진 것을 보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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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DV0.1: GOMYEONG

GDFDV0.1: GOMYEONG

KIM ILDA & ISC

김일다 작가는 작품을 종종 깅 시간 동안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직접 제작한다. 때로는 이렇게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인 작품을 태워 버리기도 하는데, 이로서 축적된 시간을 ‘찰나’로 전환시키고, 동시에 소유할 수 없는 결과물로 전환한다. 작가의 이런 작품들은 주로 설치와 사진을 매체로 표출된다.

개인 작업과 별도로 2009년부터 OYAMA RYU 와 함께 ISC라는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ISC는 [Idea Section Card]의 약자로써 물리적인 작품 못지 않게 생각 그 자체가 작품이라 여기며 담화를 작업의 생산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담화의 범주는 오늘날 쓸모 없고, 가치 없고, 비생산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에 의구심을 품고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필터 없이 고정되어 버리는 시각을 경계한다.

GDFD의 첫걸음

2016년 ISC의 [의식주衣食住]라는 전시회에서 쌀을 작업 소재로 사용하는 시점부터 오늘날 생산되고 있는 식품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농축산품을 성장시키는 생산 과정, 보존하고 저장하는 과정, 공급하고 유통하는 과정, 가공을 거치는 과정,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 잉여 식료품을 다루는 과정. 그리고 식탁에 놓여 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포괄적으로 관찰하며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우리는 과연 먹고 있는가”라는 명제 하에서 구체적인 작품으로 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레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음식)을 우리는 과연 믿음 만큼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찰하기 시작한 작업이 [GDFD]이다.

GDFDV0.1의 접근

식물과 짐승을 다루지 못했던 인류는 절박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처먹었다. 농업과 가축의 혁명으로 식량이 일정하게 공급되면서 처먹던 인간은 비로서 ‘먹는다’라는 문화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는 식료품의 생산이 더 이상 생존과 직결되지 않으며 폭발적인 잉여를 통해 유락의 향유로 소비되는 문화를 발생시켰다.

음식. 식량, 생존, 생산, 성장, 키움, 자본, 재화, 비료, 농사, 축산, 저장, 잉여, 자연, 건강, 가공, 당(糖), 병(病), 성인병, 살균, 멸균, 먹다…등등 음식이라는 주제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무수한 주제들이 있는데 그 중 GDFD의 첫 번째 작품은, 소비되고 유희적 음식으로 변모된 [먹는 것과 먹는다]를 파인 다이닝 (Fine Dining) 형식을 입혀 표현했다.

GDFDV0.1의 과정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이 그러하듯 식자재는 최상의 것으로 가장 미학적인 형태로 내보인다. GDFDV0.1 또한 지난 3년간, 전국 각지에서 개념과 의미에 부합되는 소재들을 직접 방문하며 채취 및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재는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흙, 돌, 나무, 석탄, 고령토, 물, 꽃, 바닷물, 조개껍질 등 주로 먹을 수 없는 소재들이며 이 소재들을 가공하여 음식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전시는 일반적인 파인 다이닝의 과정과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식당에서 예약을 하고 오듯, 2명이 한 조가 되어 1시간 동안 5-6개의 메뉴를 코스형식으로 제공받게 된다. 각각의 메뉴는 현장에서 직접 가공 (조리) 되어 다양한 그릇과 함께 제공된다. 오늘날의 음식문화 중, 미학적인 요소만 극대화하였다. 얼핏 잘 차려진 음식 같지만 먹지 못하는 소재들로 만들어졌다. 역설적이게도 먹지 못함으로써 오늘날 당연하게 먹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당연한 과정에 의한 결과물인지, 생각할 수 있는 [GDFDV0.1: 파인 다이닝]이었으면 한다.

kim-il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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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敬의 書 화경의 서

和敬의 書 화경의 서

차의 언어 출간 기념展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개념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차를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종류의 방법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좋은 차'에 대한 개념 역시 서로 다르기도 하고, 그러하기에 가끔은 커뮤니케이션에 오차가 생기기도 합니다.

차를 대할 때, 부디 잊지 않아야 하는 단 한 가지의 마음은 무엇일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차를 설명하는 책이 아닌, 차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찻잎 한 톨 쉬이 버릴 수 없고, 이름 없는 기물 하나 홀대할 수 없는 삶. 차의 흔적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들이고, 차와 관계된 모든 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따라가시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차를 우려내실 수 있게 될 거에요.

전시 [和敬의 書 화경의 서]는 책 차의 언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현실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어떤 세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 그 결과 느끼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차를 나누는 일이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나의 세상을 나의 언어로 만들고 그 언어를 평화롭게 세상에 내보이는 사람의 흔적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획. 셀렉트핀 x BAAT

사진. 손미현

식물. 무구 이현주

향기. 수토메 아포테케리

차와 기물. 산수화

티푸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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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TOME FANTASIA

SUTOME FANTASIA

Welcome to Sutome Fantasia!

가상의 숲 수토메 판타지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의 여정은 백악기의 향나무 숲길, 수도원의 약초 정원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캐비넷 오브 큐리오시티(Cabinet of Curiosities, 약칭 ‘카비큐’)에서 시작됩니다. 시간을 수집하는 박물관 카비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다루어 온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관람하실 제1전시실에서는 조향사 소피의 자전적 소설인 수토메 소록 (My Own Myth)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실은 소피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 그리고 소피가 기증한 책들을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이어집니다. 도서관의 뒤뜰은 야생의 꽃과 풀이 흐드러진 고대의 절터와 맞닿아 있는데, 여러분은 이곳에서 사슴과 마주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토메 판타지아에서 향을 매개로 다채로운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만끽하세요.

SUTOME FANTASIA

Notes

Head: Laurel leaf, Spanish sage

Heart: Dalmatian sage, summer savory, French lavender, allspice

Last: Agarwood absolute, frankincense


가상의 숲 수토메 판타지아에 들어선 순간의 감흥을 향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백악기의 나무들, 여러 층위의 문명을 품은 돌들, 오래된 수도원의 약초 정원에서 바람결을 타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허브의 향기가 이 숲을 탐험하고자 하는 모두를 환영합니다.

CABINET OF CURIOSITIES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캐비넷 오브 큐리오시티즈(Cabinet of Curiosities, 카비큐)는 시간을 수집합니다. 카비큐가 발굴하고, 연구하고, 보존하고, 때때로 복원하는 시간은 텍스트와 함께 향이라는 감각의 언어로 기록됩니다. 문명이 구분 지은 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필연으로 직조된 카비큐의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유영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 1전시실: 수토메 소록 My Own Myth

가상의 숲 수토메 판타지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의 여정은 백악기의 향나무 숲길, 수도원의 약초 정원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캐비넷 오브 큐리오시티(Cabinet of Curiosities, 약칭 ‘카비큐’)에서 시작됩니다. 시간을 수집하는 박물관 카비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다루어 온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관람하실 제1전시실에서는 조향사 소피의 자전적 소설인 수토메 소록 (My Own Myth)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실은 소피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 그리고 소피가 기증한 책들을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이어집니다. 도서관의 뒤뜰은 야생의 꽃과 풀이 흐드러진 고대의 절터와 맞닿아 있는데, 여러분은 이곳에서 사슴과 마주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토메 판타지아에서 향을 매개로 다채로운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만끽하세요.

1. FALLEN ANGELS

Notes

Head: Juniper berry, pine dwarf

Heart: Tasmanian lavender, pine Scotch, ylang ylang, frankincense

Last: Cardamom, sandalwood mysore, pine tar

FALLEN ANGELS의 블렌드에는 타들어가는 불꽃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한낮의 태양을 닮은 아열대 지방의 꽃들, 초저녁의 쪽빛 하늘을 닮은 라벤더와 향나무 열매를 헤드 노트와 메인 노트로 구성하여 향의 트레일이 드라마틱한 그라데이션을 펼쳐내도록 하였습니다. 샌달우드 마이소르와 프랑킨센스를 블렌드한 라스트 노트에 알코올에 5%로 희석한 파인 타르를 한 방울 더하여 별똥별이 진 자리의 여운을 표현하였습니다.

2. LILAC, PEONY AND MUSEUM

Notes

Head: Osmanthus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Neroli bigarade, French lavender, narcissus absolute

Last: Sandalwood mysore, patchouli, vetiver root, frankincense, cistus

냉침법으로 향을 추출한 금목서와 수선화, 프렌치 라벤더를 블렌드하여 라일락의 감미로운 노트와 보라빛과 자줏빛의 이미지를 재현한 뒤 이 노트를 아득한 기억 속의 향기로 연출하기 위해 긴 시간의 켜를 품은 식물들이 블렌드 전체를 한 겹 감싸듯 배치하였습니다. 베티버 뿌리와 패출리 등으로 질그릇 표면의 흙내음 짙은 마티에르를, 그리고 서늘한 그늘의 이미지를 만드는 유향과 시스투스 등으로 고대의 유물이 진열되어 있는 어둑한 전시실의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3. EPIPHANY

Notes

Head: Wild thyme, Spanish rosemary, peppermint, eucalyptus, geranium Bourbon

Heart: Dalmatian sage, spruce Hemlock, German chamomile, French lavender, petitgrain

Last: Vetiver root, cedarwood Atlas

오래된 중세 수도원 뒤뜰의 약초 정원에 여우비가 내리던 어느 5월의 일요일 오후를 그린 EPIPHANY는 영원이 된 순간의 기록입니다. 로즈마리와 달마시안 세이지, 그리고 패출리가 촉촉히 젖어드는 흙내음과 함께 짙은 농도로 전해지는 생명의 향기를 발산합니다. 프렌치 라벤더와 저먼 카모마일, 페티그레인 등을 블렌드하여 높이 뜬 무지개의 영롱한 빛깔을 재현하였고, 유칼립투스와 페퍼민트로 상쾌한 바람의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4. STARDUST

Notes

Head: Neroli bigarade, jasmine sambac absolute

Heart: White lotus absolute, agarwood absolute, frankincense

Last: Sandalwood mysore, hinoki, amber

처음도 끝도 없을 것만 같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바로 지금 우리가 서로의 곁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보다 더 따뜻한 기적은 없습니다. 부처님의 사랑을 닮은 그 온기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밝게 빛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꽃과 오렌지꽃이 감미로운 봄밤의 공기를 연출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강한 노트들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지며 가슴을 깊이 울리는 북소리와 같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앰버가 품은 금빛, 프랑킨센스가 품은 은빛으로 영롱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은유하였습니다.

5. POLYPHONIC SUMMER

Notes

Head: Lime, juniper berry

Heart: Neroli bigarade, bergamot (cold pressed), pine Scotch, ginger lily, cardamom

Last: Vetiver root, opopanax myrrh, oak moss absolute

일상의 공간에서 중첩되는 여름의 기억을 담은 POLYPHONIC SUMMER는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한층 깊어지는 녹음과 명도가 높아지는 햇살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8월의 청초한 햇살을 닮은 시트러스 허벌 계열의 노트가 어스름의 초록을 그리게 하는 우디 플로럴 노트로 이어집니다.

6. 德壽宮 美術館

Notes

Head: Silver fir, juniper berry

Heart: Black spruce, ho wood, Spanish rosemary, Dalmatian sage

Last: Sandalwood mysore, agarwood absolute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길이 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는 서울에서 한 가족이 3대에 걸친 층위의 기억을 쌓아올릴 수 있는 장소를 가진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덕수궁 미술관은 대한제국 사람이었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늦둥이 아들로 전쟁 중에 태어난 아버지, 그 아버지가 늦게 결혼해 낳은 딸인 제가 100여 년 세월의 기억을 공유하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이곳으로의 교통편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늘 고려할 만큼, 저에게 덕수궁 미술관은 살 집을 결정할 때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지요. 일을 쉬는 날이면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나와 전시를 보고, 궁궐을 산책하고, 대학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정동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뒤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열 살을 더 먹어도, 그리고 열 살을 또 먹어도 저의 휴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德壽宮美術館의 블렌드는 세월이 깃들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마룻바닥, 오래된 캔버스와 유화 물감 위에 내려앉은 퀴퀴하지만 기분 좋은 먼지 냄새, 고아한 자태로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침엽수의 향기를 담았습니다. 허벌 노트로 악센트를 준 머스키한 우디 계열의 블렌드로, 각각의 노트에서 동일한 계열의 향료들을 얇게 한 겹씩 쌓듯 구성하여 향 전체가 완만한 트레일을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7. SEVENTEEN

Notes

Head: Orris concrete, osmanthus absolute, bergamot (cold pressed)

Heart: Orange flower absolute, jasmine sambac absolute, mimosa absolute

Last: Ambrette seed, patchouli, cardmom

검푸른 청동 조각 위로 초여름 오후의 금빛 햇살이 아련하게 산란하며 부서지는 장면, 영원이 된 순간의 기억을 그렸습니다. 햇살을 품은 오렌지꽃과 달빛을 품은 자스민이 메인 노트의 짙은 보랏빛 바탕 위에서 리드미컬한 트레일을 그리며 어우러집니다. 상충하는 노트 간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지우는 암브레트 시드 오일로 웅성거리는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버가못과 카다몸으로 북적이지만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를 표현하였습니다.

8. LOVE LETTER

Notes

Head: Peppermint crystal, wild thyme, eucalpytus

Heart: Black spruce, Douglas fir, geranium Bourbon, cypress

Last: Frankincense, pine tar

페퍼민트와 야생 타임 등으로 코끝이 아찔하게 시릴 만큼 상쾌한 바람의 이미지를 연출하였습니다. 첫인상과는 대조적인 기운을 가진 감미로운 우디 허벌 계열의 노트로 블렌드의 골격을 구성하고, 파인 타르와 프랑킨센스 등이 은근한 플로럴 노트를 머금고 따스한 잔향을 남기도록 하여 유난히 붉게 타오르는 초겨울의 노을빛을 그렸습니다.

9. A CASE OF YOU

Notes

Head: Wild thyme, rose absolute

Heart: French lavender, silver fir, black spruce

Last: Agarwood absolute, vetiver root, sandalwood, allspice, cedarwood Atlas

10. MY OWN MYTH

Notes

Head: Siberian pine, Spanish sage

Heart: Bergamot (cold pressed), mandarin green, Spanish rosemary, petitgrain

Last: Hinoki, vetiver root, ambrette seed, ginger lily

쉽지 않았던 세월을 기록한 화첩을 담담하게 펼쳐 보며 지난 삶을 회상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서툴기 이를 데 없는 거친 필선이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고, 여러 번 긁어내며 덧입힌 선염에 담긴 고민의 흔적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화면 곳곳에 눈물처럼 번진 붉은 빛의 담채가 안쓰럽고, 붓질이 고요해진 자리에서는 다시 한 번 숨을 고릅니다. 그저 그려야 했기에 그린 이 그림에 담긴 것은 나만의 신화를 써내려 온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1. SWIMMING POOL

Notes

Head: Osmanthus absolute, saffron absolute

Heart: Jasmine sambac absolute, Bulgarian lavender

Last: Frankincense, amber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나를 공격하는 소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두 손으로 귀를 가볍게 막고 눈을 감아 봅니다. 그리고는 몸서리치게 무서웠던 물과 친해지던 여섯 살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아득한 기억에 새겨진 수중의 소리는 귀를 막고 있을 때의 소리와 닮았거든요. 생의 얼마간을 물속에서 보내는 식물들, 물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 그리고 모성애를 상징하는 식물들을 블렌드하여 잔잔한 수면을 부드럽게 가르는 물결의 소리를 표현했습니다.

12. TRANSCENDENCE

Notes

Head: Geranium Bourbon, rose otto

Heart: Jasmine sambac absolute, pink lotus absolute, French lavender

Last: Amber, cistus, frankincse


LAND OF THE DEER

카비큐의 도서관 뒤뜰과 맞닿은 사슴의 땅에는 사슴을 멸종 위기로부터 구할 단서가 될 네 가지의 향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네 가지의 블렌드를 모두 획득하는 여러분에게는 ‘사슴의 수호자’ 자격이 부여됩니다.

1. GRASSLANDS

Notes

Head: Wild chamomile, wild thyme, lemon myrtle

Heart: Juniper berry, black spruce, balsam fir, tarragon

Last: Agarwood absolute, palo santo

풀이 무성한 늦봄의 들판은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아기 사슴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입니다. 늦봄의 들판에 흐드러진 꽃을 꺾지 말아주세요. 이름 모를 풀들을 베지 말아주세요. GRASSLANDS에는 야생의 허브와 덤불을 만들며 자라는 다년생 식물의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2. THE IVY

Notes

Head: Spanish sage, basil ct chavicol

Heart: Summer savory, calamus, immortelle, Dalmatian sage

Last: Vetiver root, black spruce

짝짓기의 계절이 오면 숫사슴들은 온갖 들풀로 자신의 뿔을 한껏 치장합니다. 크고 화려한 뿔로 암사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이지요. 풍성한 볼륨감과 함께 거센 바람에도 안정적인 고정력을 자랑하는 넝쿨 식물은 가장 인기가 좋은 아이템입니다.

3. WINTER MOSS

Notes

Head: Peppermint crystal, niaouli nerolidol, rosemary

Heart: Pine Scotch, pine dwarf, pine Siberian, spruce Hemlock

Last: Oak moss absolute

혹한의 겨울, 사슴들은 침엽수림의 설경 속에서도 영롱한 초록빛 생명력을 발산하는 이끼를 먹으며 추위를 견뎌냅니다. 나이가 많은 전나무 밑동에 자리잡은 이끼는 유난히 향취가 좋고, 영양가가 뛰어납니다. 사슴의 땅에 전나무를 많이 심어주세요.

4. COSMIC DEER

Notes

Head: Orris concrete, saffron absolute

Heart: Tasmanian lavender, black spruce, immortelle

Last: Tuberose absolute, sandalwood, patchouli, amber

문명이 정의 내린 사슴의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솟아오른 뿔, 그리고 사향(麝香)이라 불리는 특유의 체취 같은 것들이 불러일으켰을 신비로운 이미지를 머스키하고 애니멀릭한 베이스 노트들로 그려 보았습니다.

소피의 작업실

도서관을 나와 석란의 정원을 지나면 소피의 작업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쇼윈도우에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JOHNNY-JANE이라는 향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 블렌드는 소피가 조향을 처음 공부하던 열일곱 살 무렵에 처음으로 만든 향수입니다. 그로부터 긴 세월에 걸쳐 여러 지점에서 우연한 사건들을 필연으로 엮으며 소피의 인생을 조향사의 길로 이끌어 주었지요. 그래서인지 소피에게 JOHNNY-JANE은 언제나 웃음짓게 하는 빛 바랜 앨범을 꺼내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게 합니다. 이 지점에서 ‘Suitcase of Memories’라는 의미를 가진 수토메 아포테케리가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할 수 있는 상징적인 블렌드가 되기도 하지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유일한 20세기 블렌드 JOHNNY-JANE을 끝으로, 이 전시를 마칩니다.

Johnny-Jane

Notes

Head: Lime, lemon, pink grapefruit

Heart: Neroli bigarade, pine needle, fir needle, spruce Hemlock

Last: Oak moss absolute, orange flower absolute, cedarwood Atlas, patchouli, sandalwood

초여름 오후의 햇살이 금빛으로 부서지는 호숫가의 풍경을 열일곱 소녀의 시선으로 그렸습니다. 햇살의 기운을 가득 품은 시트러스 계열의 노트들과 오렌지꽃의 향기가 청아한 6월의 바람결을 닮은 나무 그늘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며, 오직 꿈만 꾸어도 좋았던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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